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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사이에

사랑은 아지랑이 같은 것

 

시련과 좌절은

꿈인 양 침묵만이 흐른다

 

간밤에 그대는

내 곁에서 순간에 사라지고

 

그리움은 정녕

끝이 없는 애증의 연속인가

 

정처 없이 헤매며 칼날에 목숨을 건다

사랑과 미움은 모두 부질없는 것

정처 없이 헤매며 칼날을 쫓아간다

사랑과 미움은 모두 부질없어라

 

제 6 화

 

절대로 시집 안 가!

 

왜 그러냐?

 

생떼 좀 쓰지 마라

 

이제 가마가 당도 할게다

 

죽어도 시집 안 가요

 

싫다고 안 할 혼인이 아냐!

 

육소봉 말곤 다 싫어요

 

그 놈 얘긴 하지마

 

아버지가 더 나빠요

 

왜 이리 버릇이 없냐?
그 놈한테 배웠냐?

 

네, 전 귀신이 되어도
그와 함께 살 거예요

 

이 뻔뻔한 계집!

 

그런 말을 하다니 창피하지도 않냐?

 

령아, 울지 마라

 

헤어지기 섭섭한가보네

 

-지견이 잘해줄 거다
-어서 가마에 타셔야죠

 

그럼 전 이만..

 

누구요?

 

우린 원한이 없으니 목숨만 살려주시오

 

넌 죽어 마땅해

 

육대형?

 

여러분, 날 좀 도와주시오

 

육소봉은 사위를 죽이고
내 체면을 땅에 떨어뜨렸으니

 

가만 놔둔다면 큰 화근이 될 거요

 

임선배, 뭐라고 말 좀 해보시오

 

그게 사실이라면 용서해선 안 되죠

 

무림대회를 열어
육소봉에게 심판의 기회를 줍시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은 어쩌구요?

 

내가 직접 육소봉을 설득해보겠소

 

싫다면 우리와 적이 될 수 밖에..

 

육소봉은 술에 취해 못 올 겁니다

 

기다리겠네

 

다 명기를 뽑는데 갔는데 왜 안 가셨죠?

 

그런데는 관심없네

 

들어오세요

 

신랑과 아버지가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거요?

 

돈 많이 가진 쪽이오

 

맞아, 미인이 공짜로 옷을 적셔서는 안 되지

 

자, 이제 이홍원의 수수낭자 차례요

 

길을 가다 옷에 구멍이 뚫린 걸 발견한다면?

 

어떻게 할거지?

 

말해봐

 

새로운 유행이라고 할 거예요

 

그게 가슴이야? 어깨야? 어디가 예쁜지 보자

 

싫어요

 

육공자!

 

육공자!

 

-임선배님이 오시래요
-뭐?

 

시간 없다고 말 안 했어?

 

말했는데 꼭 와야한대요

 

-알겠다
-네

 

계속해

 

금방 올게, 답이 재미있을수록
높은 점수를 줄 거야

 

네

 

무림맹주였던 날 무시하다니
너무하는군

 

내가 선배를 무시할 리 있겠소?

 

한참동안 기다렸네

 

왜 춘풍루로 오지 않으셨소?
아주 자극적인데..

 

천박하긴!

 

그런 선배도 할 건 다하잖소

 

자손은 어찌 나으셨소?

 

가서 보면 분명 후회 안 할거요

 

부른 용건은 따로 있네

 

-그게 뭔지 들어봅시다
-왜 그들을 죽였지?

 

무슨 소리요?

 

한령을 주지견에게 시집보내지 않으려고

 

그와 하인들을 죽이지 않았나?

 

차를 마시다니..
이봐, 술 가져와!

 

내 말 못 들었나?

 

들었으면 어쩔 거요?

 

난 하고 싶은 대로 하니 상관 마시오

 

이 버릇없는 놈.. 난 상관해야겠다!

 

후회할텐데?

 

-명기가 누군지 말해봐
-육공자를 기다려요

 

여기 왔네

 

육공자가 시합결과를 발표하겠소

 

네

 

기녀들의 공로는 실로 대단한 것이오

 

고달픈 영혼을 위로하고 힘을 주니

 

명기를 뽑아 상을 주는 건 당연하오

 

허나 우릴 욕하는 사람도 있소

 

그들은 배운 척 고상을 떨지만
실은 우리보다 더 천박하오

 

맞아

 

-죽어 마땅하지 않소?
-맞아요

 

-죽여야겠죠?
-네

 

그래서 그 본보기로 특별한 선물을 가져왔소

 

-뭘까?
-가서 보자

 

이제부터 건방을 떠는 사람은
모두 이렇게 될 거요

 

육소봉은 모함을 당했다

 

서문취설을 피하기 위해
명기시합에 가지 않고

 

화만루의 집에서 장기를 두고 있었는데..

 

군자는 물리지 않는 거야
소인처럼 이럴 거야?

 

그래.. 너만 군자다, 됐냐?

 

육소봉은 군자 중에 군자지 그래

 

제발 아부 좀 하지마

 

아부가 아니라 사실이야

 

됐어, 그만 해

 

난 실연 당해도 끄떡 없다구

 

그래도 걱정 돼

 

내가 그런걸로 기 죽을 것 같아?

 

큰 소리쳐도 마음은 안 좋잖아

 

-마음이 불편한 건..
-뭔데, 응?

 

내가 당하는 느낌이 들어서야

 

진짜?

 

유령산장은 없어졌지만
엽고홍이 뒤통수를 칠 거 같아

 

육소봉, 넌 죽었어

 

네 걱정이나 해

 

한령과 혼인하려던 주지견이 죽었대

 

뭐?

 

그 놈이 죽어?

 

누가 죽였지?

 

육소봉이래

 

헛소리 마!

 

무림맹주였던 임축동도 수급이 잘려나갔대

 

다들 난리가 났는데
넌 한가하게 장기나 두냐?

 

누군가 소봉을 모함한 게 분명해

 

양양왕이 가만 안 있을텐데..

 

누가 왜 그런 짓을 했지?

 

한령 집에 가야겠어

 

지금은 안 돼

 

내가 그런 비열한 놈이 아니라는 건
분명히 밝혀야지

 

체면이 저리 중하나?

 

이제 큰일났어

 

신도 제대로 못 신고 갔네

 

나쁜 계집! 내가 모를 것 같냐?

 

육소봉이 주지견을 죽여서 좋지?

 

그렇다고 그 놈과 혼인할 생각이라면 꿈 깨!

 

맘대로는 안될걸요?

 

누굴 찾아왔죠?

 

한문, 감히 날 심판해? 죽어봐라!

 

제발 살려주세요..

 

아버지!

 

가까이 오지 말아요

 

육소봉은 잊어라 넌 이 엽고홍 거다!

 

한나리, 한나리..

 

몽땅 죽다니. 어떻게 된 거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라

 

임축동 선배께서 몇 번 부르셨는데

 

육공자는 그 분의 수급을 가져왔습니다

 

춘풍루에 나타난 건 내가 아니라 가짜였소

 

육소봉이 들어오자마자 식구를 다 죽였어요

 

육소봉인걸 어찌 알았나?

 

손님으로 오셨었는데 저 수염을 기억해요

 

이래도 할 말 있냐?

 

가짜란 걸 못 믿으니 할 말 없죠

 

난 할 말 있소

 

수염 있는 놈이라고 해서
꼭 육소봉이란 보장은 없잖소?

 

그러길래 말랬잖아

 

맞소, 육소봉은 그동안 줄곧 나와 함께 있었소

 

이 장님..

 

미안하오

 

장님은 증인이 될 수 없단 거요?

 

아.. 아니오

 

허나 친구들 진술은 믿을 수 없소

 

대인, 한문의 집에서 발견된 겁니다

 

내가 보낸 예물이오

 

정말 네 것이냐?

 

자, 물증이 있는데도 발뺌을 할테냐?

 

좋다, 판결을 내리겠다

 

육소봉은 정혼인의 혼인에 불만을 품고

 

신랑을 비롯한 하인 17명을 살해했다

 

또 자신을 재판하려던 임축동을 살해하고

 

정혼인의 식구 20여명을 무참히 죽였다

 

무고한 생명을 죽인 죄가 인정되는 바..

 

사형에 처하겠다

 

할 말 있나?

 

그렇소

 

서문장주가 관가엔 웬일이지?

 

역시 의리 있는 친구야

 

대인, 사형에 처하려면
내 검에 죽게 해주시오

 

정말 너무하는군
그런 짓까지 해야겠냐?

 

의리를 중시하더니 이게 그 의리냐?

 

나서서 죽여주시겠다니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군

 

서문취설, 너와 난 절교다
넌 친구도 아냐!

 

자, 모두 정숙해라

 

사형집행은 서문취설에게 맡기겠다

 

육소봉이 죽는다면 건 돈의 두 배를 주고

 

살아나면 네 배를 주겠다

 

도망가면?

 

현장에서 달아난다면 열 배를 준다

 

멍청하게 이런 내기를 해?
육소봉이 죽을 줄 아나보지?

 

그래서 안 걸거요?

 

물론 걸지

 

얼마?

 

-전부 다!
-대단하네

 

재판을 받게 하면 어떡해?
도망가게 했어야지

 

그럼 모든 게 육소봉 짓이 되버리잖아

 

-피할 길이 없을까?
-없어, 정말 죽었어

 

서문취설에다 관부까지 개입됐으니..

 

재판을 받았으니 도망간대도
평생 수배를 받을 거야

 

나무아미타불..

 

너희도 참..

 

죽는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
방법을 생각해 봐

 

역시 적성이 의리하난 끝내줘

 

그래야지

 

-감옥에서 빼내오자
-좋아!

 

-간수들쯤은 문제없잖아
-맞아!

 

맞긴! 소봉을 도망자로 전락시킬 거야?

 

소봉의 억울함을 호소해보자

 

지부가 안되면 계속 올라가다
폐하한테까지 호소장을 보내는 거야

 

-그래, 좋아
-좋긴!

 

사흘 후면 형이 집행 되는데 어느 세월에?

 

시간이 없네

 

-형 집행을 좀 미뤄보자
-그래, 맞아

 

지부에서 미룬다 해도 양양왕이 허락할리 없고

 

폐하께 호소해봤자 들어주지도 않아

 

-그럼 다 안되잖아, 난 죽었네
-죽어?

 

네가 왜?

 

소봉이 안 죽는데 전 재산을 걸었는데..

 

너도 서문취설과 다를 바 없어
양심 없기는..

 

친구 목숨으로 내길 하다니 짐승이야

 

그래서 구하자고 난리였군
짐승만도 못해

 

나가 죽어!

 

그만해! 난 좋은 뜻으로 내기한 거야

 

무사하길 바란게 잘못이야?

 

-말 다했어?
-아니!

 

솔직히 너희들도 내기를 좋아하잖아

 

장기도 무술도 이기려고 하는 거야

 

-그건 그렇지만..
-알아!

 

내기는 나쁘지만 딴 돈으로
좋은 일을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아직 안 끝났어!

 

내기에서 지는 건 장부 인생에
먹칠을 하는 거야

 

-후회 막심해, 어쩌다..
-그래도 싸!

 

정말 이러기야?

 

먹어

 

마지막 저녁인가? 그럼 실컷 먹어야지

 

앉아

 

좀 나쁜 소식이 있어

 

말해봐

 

괜찮겠어?

 

꾸물대지 말고 말해

 

상의해 봤는데 구해낼 방법이 없어

 

도망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이번엔 달라, 사형장에 궁수를
수 백 명 배치한대

 

그래? 그거 참 영광이네

 

큰 감옥에 좋은 술에
궁수까지 초대해주니 말야

 

지금 큰소리 칠 때가 아냐

 

혹시 뭐 좀 캐보려고 술 가져온 거 아냐?

 

내가 그런 사람 같냐?

 

넌 원래 그렇잖아
내기해놓고 후회하는 거지?

 

-부탁이나 들어줘
-무슨 유언인데?

 

한문한테 사례금을 받은 게 있는데

 

그걸 몽땅 내기에 걸어

 

서문취설이 이기는 걸로?

 

영서일지로 그의 검을 막는다해도
궁수는 어쩌게?

 

안될 것 같아?

 

도망칠 수 있어?

 

엽고홍은 내가 죽길 원치 않아

 

무슨 소리야?

 

아무튼 난 사형장에서 무사히 달아날 거야

 

육소봉은 죽었어
궁수를 수 백 명 배치한대

 

다들 백발백중의 궁수래

 

경비도 철통같이 삼엄하대

 

육소봉도 끝장이군

 

대세가 완전히 기울어졌어

 

-다 서문취설에게 걸었다구
-육소봉이 이겨

 

난 육소봉한테 걸 거야..

 

저기.. 서문취설한테 걸래

 

크게 말해봐, 안 들려!

 

은표 천냥인데 서문취설이 이기는데 건다구!

 

진작 이랬어야지

 

미안하지만 할 수 없어

 

어서 가보자
분명 서문취설이 이길 거야

 

육소봉도 이번엔 끝장이라구

 

달아나지 못할 것 같아

 

저 궁수 좀 봐

 

가자, 어서..

 

봐, 육소봉이 끌려왔어

 

육소봉, 힘 내!

 

서문취설이다..

 

정말 죽이게?

 

그래야 할 이유가 있다

 

돈도 싫다면서..

 

뭐라해도 소용없다

 

-비겁하게 묶어놓고 죽이냐?
-맞아, 불공평해

 

서문대협이 이길 거야

 

직접 보다니 영광이야

 

이제 내기도 판가름 나겠군

 

서문취설, 죽여라!

 

육소봉, 이겨라!

 

육소봉은 살인마야, 죽어야 돼
육소봉을 죽여라!

 

쫓아라!

 

어서 잡아라!

 

어디로 가는 거지?

 

어떻게 된 거야?

 

일부러 보내주나 봐

 

그런 거 같아

 

육소봉이 도망친다면 너희부터 죽이겠다

 

육소봉은 무사하겠군

 

-난 끝장이야..
-자, 준비 됐지?

 

-너흰 동정심도 없냐?
축하주 마시러 가자

 

안 죽일 줄 알았어

 

가라

 

갈 때 가더라도 고맙단 인사는 해야지

 

보낸다고 우리 원한이 풀린 건 아니다

 

알아

 

결백이 밝혀지면 다시 결전을 치루자

 

생각해줘서 고맙군

 

또 엽고홍이었다

 

그는 육소봉이 유령산장에 돌아가
진상을 캐리라 믿었다

 

유령산장에 이런 곳이 있었나?

 

건들지 마!

 

소설, 집에 간 줄 알았더니 여기 있었어?

 

난..

 

돌아간 게 아냐?

 

육대형

 

그건 그렇고 아까 그 괴물은 뭐지?

 

괴물이 아니라 내 친구야

 

네 친구라고? 언제 사귄 거지?

 

벌써 10년 전 일이야

 

엄마가 돌아가시고 처음 만났어

 

엽고홍과 내가 무슨 관계냐고 물었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의 고모였던 어머니도
내가 다섯 살 때 돌아가시며

 

날 그의 어머니에게 부탁했지

 

그때부터 난 온갖 멸시를 당했어

 

앉아

 

부모를 죽이고도 밥이 들어가?
이리 내!

 

-어디 한번 혼나봐라
-어머니, 그만하세요

 

실컷 때려 줘

 

사람은 배워야 하며
일각도 낭비해선 안 된다..

 

난 외롭게 지내며 혼자
놀길 좋아했는데

 

어느 날 귀여운 토끼를 발견하고
쫓아가다 길을 잃었어

 

그렇게 계속 가다 이상한 곳에 도착했는데

 

거긴 처음 가보는 큰 동굴로
신기한 꽃들과 약초가 있었어

 

그때부터 그 동굴은 내 놀이터가 됐지

 

어느 날, 평소처럼 꽃을 따며
즐겁게 노래를 불렀는데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